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
드라마에서 다시 꺼낸 시집 한 권의 힘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한 장면이 요즘 릴스와 쇼츠에서 회자되고 있습니다. 시를 꿈꾸는 제주 소녀 애순(아이유 분)과 그녀를 바라보는 관식(박보검 분)의 조용한 감정선이, 오래된 시집 《청마시초》(유치환, 1939년 발간)를 통해 되살아납니다.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관식이 떨리는 목소리로 끝까지 외워낸 유치환의 시 〈깃발〉. 이 장면은 단순한 낭송이 아닙니다. 마음 한 자락을 문장에 실어 전하려는 ‘글의 본질’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관식은 말합니다. 노스탤지어도 모르는 사람에게 마음을 주지 않겠다는 애순의 말에, 그는 시를 통해 다가갑니다. 책을 읽는다는 건 결국, 누군가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가장 정중한 태도 아닐까요.
그런데 애순은 결국 시인의 꿈을 포기하고 시집을 불태웁니다. 하지만 유치환의 서문이 남긴 문장은 우리에게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항상 시를 지니고
시를 앓고 시를 생각함은
얼마나 외롭고 괴로운 노릇이오며
또한 얼마나 높은 자랑이오리까.”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질문 하나를 얻게 됩니다.
‘왜 우리는 글을 쓰는가?’
그것이 단지 책을 내기 위해서도, 완벽한 문장을 쓰기 위해서도 아닐지 모릅니다.
때로는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 어떤 슬픔을 오래 간직하기 위해, 혹은 말로 다 담지 못한 감정을 조용히 내보이기 위해, 우리는 책을 읽고, 시를 쓰고, 문장을 품습니다.